조직검사를 했고 이를 위해 수술을 했다. 그리고 결과가 나왔는데, 처음엔 림포마/암을 예상했는데 암은 아니고 IBD, 염증성 장질환이라고 했다. 일단 암은 아니기에 안도해야 하는데 이게 간단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IBD는 2018년에 일주일 가량 입원하며 치료를 받았을 때도 나왔던 결과이기에 치료를 받은 이력있고 그래서 수월할 거 같은데 그동안 노화가 왔고 다른 칠병이 있었다. 췌장염이 심하게 있고 폐에 종양이 몇 개 발견되었다.
림포마로 예상했을 때는 폐에 발견된 종양을 암이 전이된 것으로 가정할 수 있고 이에 따라 항암치료를 진행하면 되었다. 암 진단의 무거움과 별개로 치료 절차에 대한 판단은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장이 굳어가고 있는 증상이 IBD로 나오면서 폐에 나타난 종양을 추정할 수 있는 토대가 사라졌다. 그럼 폐에 나타난 종양은 무엇인가? 여기서 몇 가지 선택지가 있다. 하나, 바로 수술을 진행해서 종양을 제거하고 다시 조직검사를 한다. 의사 왈, 폐에 종양만 있었다면 바로 수술을 결정했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폐에 있는 종양은 하나가 아니고 여러 개인데다 췌장염과 IBD가 심각한 상태로 있었다. 그러니까 폐의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이 췌장염과 IBD가 있으며 노화가 오고 있는 보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가늠할 수가 없었다. 이를 견딜 체력이 되는지도 장담하기 어려웠다. 그럼 선택지는? 일단 추이를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나중에는 훨씬 더 슬프고 고통스러운 결정을 해야 할 수 있다는 말을 미리 들었다.
그럼 IBD와 췌장염. 췌장염은 간단한 상황이 아닌데, 정상범위의 10배 이상의 수치를 찍고 있었고 계속 수치가 증가하고 있었다. 췌장 fPLI의 정상범위가 3.6이하라면 보리는 37인가 38을 넘은 상태였다. 수치로만 보면 상당히 심각한 상태여서 위험한 변수로 계속 언급되고 있었다. IBD를 치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테로이드 제제를 사용하는 것인데 이 제제를 사용하면 췌장염 수치가 더 올라가면서 당뇨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의사는 이것을 조심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라 거의 확정적 인과 관계로 설명했는데 왜냐면 바로 이런 이유로 치료 방법이 어려워서 어떻게 치료를 해야 할지 쉽게 판단하기 어려워했다. (이 과정에서 담당의사가 바뀌었다. 이제부터 내과전문의가 붙어야 해서 내과팀장이 왔는데, 2018년에 보리를 살려준 의사였다!) 하나의 증상에 가장 좋은 처방약이 다른 증상에 치명적일 때, 어떻게 처방해야 할까. 그래서 계속 추적관리를 하는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고 좀 약한 방식으로 시작하자는 잠정결론을 내렸다.
또 다른 변수 혹은 의사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지점. 보리의 외견상 상태였는데, 각종 수치로만 보면 기력이 아예 없고 계속 토하고 설사를 해야 하는데, 과거와 같을 수는 없지만 활발했고 변 상태가 괜찮다. 구토의 경우, 작년 가을에 병원에 데려간 이유가 하루 동안 10번 정도 구토를 해서였는데(헤어볼을 토하거나 하면 3~4번 연달아 토하고는 했는데 그때는 헤어볼이 아니었고 느낌이 안 좋았다) 약을 먹기 시작하면서 헤어볼 토하는 것 정도를 제하면 구토 자체도 별로 없었다. 그럼 약을 먹고 수치가 좋아진 결과여야 하는데 그때보다 지금 수치가 더 안 좋다. 혈액 검사를 통한 결과가 워낙 이상해서(모순된 결과가 있어서), 검사 기계 자체를 바꿔서 결과를 확인하기도 했지만 마찬가지였다. 모든 게 맞지 않다보니 의사들은 증상 발현이 잠재된 것으로 가정할 수밖에 없고 그러다보니 모든 치료와 처방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암튼 일단은 그렇다. 지금은 봉합사를 제거했고 보리는 수술 부위를 계속 그루밍 중이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