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을 규탄하고 현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을 철회한다!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훨씬 많아요. 지금은 할 수 없는 이야기를 10년 정도 지나면 할 수 있을까요?

아울러 메일을 발송하는 그 순간에도 망설였어요. 다른 단체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면 어쩌나 하는 우려였죠. 그럼에도 결국 결정했네요.

이 일을 어떻게 회고할까요? 조금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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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병철 인권위원장 취임을 규탄하고
현 체제의 국가인권위원회와의 협력사업을 철회한다!


지난 2009년 7월 16일 현 정부는 현병철씨를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하였다. 이에 많은 인권단체들은 현병철씨가 현재까지 인권 전문성, 인권활동경험 및 인권감수성에 대한 고민이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17일 인권단체들은 자진사퇴를 촉구하기 위해 현병철씨를 방문하여 인권위원장의 자격을 지적하고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하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하지만 인권단체들과 소통을 중시해야 하는 인권위원장 내정자 현병철씨는 뒷문으로 도망치는 모습을 보였고, 취임식은 20일로 연기되었다. 이러한 현병철씨가 인권위를 독립기관으로 수호할 능력(정파적 독립성)과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20일 현병철씨는 인권위원장으로 취임을 졸속으로 강행했다. 과거부터 인권위 축소를 강행하고 국무회의에서 인원감축을 단행한 상황에서, 현병철씨 취임은 인권위 독립성 훼손을 심히 우려케 한다.

인권위는 정치적, 경제적 논리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성을 지녀야 한다. 이 독립성에 따라 인권을 침해하는 주체들–심지어 그 주체가 국가권력기관이라 하더라도–에게 반대하고 시정권고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관료적 관습에 따르지 않고 비가시화되어 있는 인권침해 영역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관련 인권단체들의 노력과 역할을 공식화해야 한다. 이 역할들은 우리가 인권위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역할이다. 그러나 인권을 경제와 실용의 논리로만 접근하는 현 정부의 편협한 태도로 우리는 인권위의 최소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인권위는 이미 경찰청이 5월 중순에 발표한 “2008년 불법폭력시위 관련 단체 현황”에 인권위 협력사업 단체가 포함되었을 때 사업비 지급을 미루었다. 관련 단체들은 인권위에 정부보조금 조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지만, 인권위는 어떤 공식적인 입장 없이 뒤늦게 사업비만 지급한 채 침묵하고 있다.

이상의 정황으로 보았을 때 우리는 인권위를 협력사업기관으로서 신뢰할 수 없다. 2009년도 인권위 협력사업 단체인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는 이러한 불신에 따라 우리의 결과물이 현 인귄워 체제에서 어떻게 쓰일 지 알 수 없어 우려된다. 이러한 우려가 인권위의 지난 8년 간의 성과와 독립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현 정권 하에서의 인권위 행보와 전망은 우리에게 불신과 우려만을 주고 있어, 우리는 더 이상 현 인권위와의 협력 사업이 인권신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 인권단체들의 협력사업 결과물이 향후 어떻게 이용될지에 대해 신뢰를 주지 못 하는 상황은 되려 인권위를 인권감시대상으로 인식하게 한다. 아울러 인권위는 인권단체를 정부사업의 수주단체 정도로 대하는 건 아닌지도 의심스럽다.

이에 우리는 2009년 인권위 협력사업을 철회하고 인권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한다. 우리는 우리가 기대하는 수준의 인권위가 아닌 상황에선 더 이상 같이 사업을 지속할 수 없다.

2009년 7월 21일
트랜스젠더인권활동단체 지렁이

살아남기

(몇몇 문장에 링크를 걸었습니다.)

한나라당은 민생경제를 살리겠다고, 민생법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임시국회를 열자고 했습니다. 아울러 서민정당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다양한 노력도 한다고 하네요. 뭐, 국회는 아니지만 어쨌든 유사한 성격의 공간에서 민생법안을 이렇게 처리했네요. 언제나 기대를 배반하지 않아 예측은 가능한데, 속이 터져요. 이 와중에 대한늬우스도 한다니 앞으로 극장에 가는 일은 삼가야겠어요. 어차피 극장에 갈 시간도 없으니 괜찮을까요.

그리고 국정원에서 단체 지원 중단에 개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오네요. 근데 이미 두어 달 전부터 유사한 일은 알고 있었어요. 국정원이 개입한 건 몰랐지만, 돈을 집행하는 곳에서 정부 눈치를 보고 있었거든요.

인권위에선 해마다 인권위 협력 사업자를 공모하고 선정해서 돈을 지원하고 있어요. 근데 올핸 인권위 축소 문제로 선정단체결과 공고를 한 달이나 늦게 알려줬습니다. 그러고 나면 돈을 줘야 하는데요. 문제는 그 즈음 경찰청이 불법폭력시위단체를 선정해서 발표했지요. 인권위 협력 사업자로 선정한 단체 중 일부가 불법폭력시위단체로 선정된 거죠. 경찰청은 정부 지원과는 무관할 거라고 변명했지만, 경찰청 발표 이후 인권위는 사업비 지급을 미뤘습니다. 한 달 정도 미루다 사업비를 지급했는데요. 이렇게 지연되는(대충 석 달 정도 늦어짐) 과정에서 담당 직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가 없죠. 두 가지 정도는 확실해요. 경찰청의 발표가 정부 지원과 상당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 그리고 정부 기관의 협력 사업으로 단체를 유지했던 많은 단체들은 향후 3년 간 무척 힘들 예정. 지금까지 협력 사업자로 선정된 많은 단체들이 탈락할 테니까요. 그럼 앞으로 3년 간 어떻게든 단체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겠죠. 협력 사업이 아니어도 할 일은 많아요. 문제는 사업을 할 돈이 없다는 거죠. 후원금은 너무너무너무 적으니까요. 어떻게든 3년을 견디는 것이 중요하겠죠. 버틸 거라고 믿지만, 그래도 걱정이에요. (사실,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

이 와중에 현 인권위원장이 7월 즈음 사퇴하고, 2MB가 자신의 측근을 인권위원장으로 내정한다는 카더라 소식이 있습니다. 어제 국무회의에서 인권위 인원감축안을 가결했으니, 기정사실일까요?

이 상황에서 지렁이는 국가인권위원회 협력 사업을 계속 해야 할까요? 단체를 만들고 올해 처음으로 이런 사업을 하는 데, 시절이 하 수상하네요. 지렁이 내에서 이 안건으로 구체적인 논의를 한 적은 없습니다. 저는 갈등하고 있어요. 현 인권위원장을 지지하는가, 현 인권위를 지지하는가와 같은 문제는 별도로 하고, 2MB 측근이 인권위원장이 되는 사태엔 의사를 표해야 할 듯합니다. 권력자의 측근이 아니란 이유로 임기가 남은 사람을 사퇴시키는 건 명백히 부당한 일이니까요. 정권이 아무리 선하다고 해도 찬성할 수 없는 일인데, 그 의도가 독재에 가깝다면 말할 필요가 없겠죠. 뭐, 이것이 현 정권의 법치라면 할 말은 없습니다. 카더라 통신이 실현된다면 여러 단체들이 성명서를 발표할 거 같고, 아마 지렁이도 연명할 것 같아요. 만약 지렁이도 성명서에 연명한다면, 이 상황에서 협력 사업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두 개가 별개의 사안인 건 분명하니 분리해서 대응해야 할까요? 별개이긴 해도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사안이니 사업을 반환해야 할까요? 그냥 계속해서 하더라도 2MB를 위해 일을 하는 기분, 살생부를 제출하는 기분에서 못 벗어날 거 같기도 해요. 모든 부정적인 가능성에도 사업을 계속한다면 어떤 식으로 입장을 정리해야 할까요?

이것저것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래도 다들 끝까지 살아남길 희망해요. 부질없는 게 희망이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