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병원, 약국, 트위터

지난 월요일 병원에 갔다. 귀가 계속 아팠고 월요일 아침엔 고름도 나와서 더 미루기 힘들었다. 점심 시간을 이용해서 병원에 들렸는데… 접수하고 기다리는데 얼추 3분, 의사와 얘기하는데 1분, 처방전 받는데 2분 걸렸다. 염증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그래도 1분이 뭐야, 1분이.
약을 타려고 병원 근처 약국에 갔다. 기다리면서 여기저기를 둘러보다가 다음 사진의 내용을 발견!

징역 1년 벌금 3000만 원
우리 아이가 재수할 때 들어가는 비용입니다.
집중력 향상 의약품
바이오톤으로 한 번에 합격하자!!!
충격이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식으로 홍보를 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두고두고 다양한 의미로 분석할 수 있는 구절이다.
트위터는 참 좋은 곳이다. 자신의 무지, 천박함, 혹은 인식론적 폭력을 아무렇게 자랑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하여 어떤 사람의 민낯이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이다.
늘 궁금하다. 어떻게 하면 자신이 잘 모르는 이슈에도 그렇게 용감하게 비판하고 비난할 수 있는지. 이렇게 할 수 있는 용기는 어디서 생기는 것일까?

잡담: 트위터와 페이스북 유감

//블로깅용 글 하나를 써뒀는데 수정하기 귀찮아서 통과. 결론은 간단한데 [In The Plex 인 더 플렉스: 0과 1로 세상을 바꾼 구글 그 모든 이야기](스티븐 레비)란 책, 아카이브에 관심 있는 분, 다른 인식론으로 세계를 해석하며 살고 있는 분, IT 기술과 개인 몸의 변화에 관심 있는 분 등이 읽으면 유용할 법하다. 물론 교정교열은 문제가 많다.//

가끔, 아주 가끔 트위터를 다시 시작할까를 고민한다. 퀴어 이슈와 관련한 너무 많은 정보가 트위터에서만 유통되기 때문이다. 트위터에서도 유통되면 좋은데 트위터에서만 유통되니 아쉽다. 일테면, 예전엔 어떤 단체와 관련한 최근 소식을 확인하려면 단체 홈페이지에 가면 되었다. 그럼 최근 소식을 알 수 있었다. 2007년 차별금지법과 관련한 번개가 있을 때, 모임 정보는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유통되었다(이메일 리스트는 이를 보조했다). 트위터는, 사용자가 적었던가 사용하는 사람끼리 활용했던가 그랬다. 홈페이지는 많은 이들이 접근할 수 있었고 홈페이지를 통해 행사 정보를 알 수 있었다. 트위터 사용이 활발해지면서 거의 모든 행사 소식이 트위터에서만 유포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어느날 갑자기, 오늘 저녁에 어떤 사건에 대응하기 위한 긴급번개가 있다는 얘기를 듣곤 한다. 홈페이지엔 소식이 없고 트위터에만 소식이 있다. 아쉬운 일이다. 트위터가 정보를 더 많이 유포할 수 있고 쓰기 편하단 점에서 좋긴 하지만… 트위터를 쓰지 않는 사람으로서 아쉽다.
트위터는 양반이다. 계정 주소라도 알면 글을 읽을 수는 있으니까. 페이스북은 접근 자체가 안 된다. 정말 폐쇄적 가두리양식장이란 느낌이다. 페이스북을 사용한 적 없는 나는 그곳에서 어떤 논의가 생산되는지도 알 수 없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생산되는 논의를 모르는 나는, 조금 아쉽게도 현재 퀴어 활동가, 연구자 등이 어떤 고민을 하고 논의를 하는지 알 길이 없다. 오프라인의 얘기가 트위터와 페이스북 논의를 밑절미 삼을 때가 많으니 나는 갈 수록 동떨어진 인간이 된다. 다섯 명이 모였는데 그 중 네 명이 맞팔하는 관계라면, 그 사이에서 나는 정말 할 말도 없고 무슨 얘기를 하는지 따라갈 수도 없다. 때론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그 자체를 모르겠다. 그리고 두 서비스로 인해 각자의 블로그나 홈페이지에 새로운 글을 업데이트 하는 시기가 드물어지고 혹은 그냥 방치되곤 한다. 어떤 사람의 최근 고민을 자세하게 알 기회가 사라지거나 드물어졌다. 다른 기회로만 알던 사람의 블로그를 우연히 발견하고 좋아해도, 최근 글은 없다. 적게는 6개월, 길게는 1-2년간 새 글이 없다.
SNS가 인터넷의 등장 만큼이나 삶 자체를 바꿀 것이란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SNS 시대엔 기록물을 이해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 그래서 나의 이런 아쉬움이 꼰대가 느낄 법한 감정이거나 새로운 도구를 사용하지 않는 자의 투덜거림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럼에도 아쉽다. 삶과 지식, 그리하여 역사가 공개된 웹으로 아카이브 되지 않는 점은 더 아쉽다. 여전히 블로그를 선호하는 나에게, 블로그의 장점은 (책이나 논문에 비할 순 없지만) 충분히 길게 쓸 수 있는 환경, 체계적 정리, 그리고 아카이브다. 블로그에선 어쨌거나 고민이 정리되고 풀어낼 수 있다. 때때로 논쟁도 가능하다. 하지만 트위터에선? 140자의 트위터에서 논쟁이 일어났다는 얘기가 나오면 솔직히 당혹스럽다. 1,400자(200자 원고지 7매, A4지 1매 정도 분량)는커녕 14,000자로도 논쟁이 충분하지 않은데 140자로 어떻게 논쟁을 할 수 있지? 나의 이런 ‘구식’ 감성으론 사실 이해하기 힘들다. 촌철살인은 늘었지만 논쟁, 토론, 글은 촌철살인의 미학이 아니잖아.
쓰다보니 이런저런 아쉬운 감정이 뒤엉켰다. 암튼 이런저런 고민으로, 블로그나 홈페이지를 꾸준히 유지해주는 분이 고맙다.
+
이 글의 가장 적절한 결론: 나는 구글플러스를 쓰고 있으니 다른 분들도 구글플러스를 쓰면 좋겠다… 응? 크크.

잡담: 비번, 트위터, 자료창고이동, ymail, 인쇄, 재배포

01
거의 7~8년을 사용한 비밀번호를 일괄 변경했다. 인터넷을 처음 사용하던 때부터 사용했던 비번이다. 물론 그때와 정확하게 동일한 건 아니고, 어떤 단어를 다양한 방식으로 변용해서 사용했다. 그래도 기본 골격은 유지했다. 내게 상당히 중요한 단어라 버리기 쉽지 않았달까. 나를 설명하는 핵심이자 역사였다. 하지만 너무 오래 사용했다. 그래서 새로운 비번을 정했는데, 그게 쉽지 않았다. 그 단어만한 게 없어서. 암튼 바꾸겠다고 다짐한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를 선택했다. 나름 신선하다고 믿었는데, 곰곰 고민하니 좋아하는 시에 나오는 단어였다. 켁.

02
어느날 갑자기 트위터 중단을 결정했지만 쉬운 건 아니었다. 일단 좋은 정보가 많았고, 트위터를 통해 좀 더 자주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이 생겨 좋았다. 이 부분을 중단하는 게 아쉬웠다. 블로그 본문과 댓글로만 소통하다 트위터를 이용해 조금은 더 자주 만나는 거, 꽤나 매력적이었다. 하지만 중단을 결정한 이후 한 번도 안 들어가고 있다. 시간이 좀 지나면 즐겨찾기로 몇 사람은 그냥 구경만 할까도 고민하고 있지만. 흐.

03
정말 계륵인데.. 개인일기부터 3500개 이상의 페미니즘 및 퀴어 자료 등 총 4500여 개의 자료를 모아둔 웹창고가 있다. 그곳 자료를 다른 곳으로 일괄 옮겨야 하는데 그게 만만찮은 작업이다. 최소한 일주일 내내 매달려야 하는데 이 일에만 매달릴 일주일이란 시간이 없다. ㅠ_ㅠ

물론 자료를 분산 보관하면 좋긴 하지만, 썩 좋아하는 사이트가 아니라 문제랄까. 아울러 같은 자료를 두 곳에 보관하는 게 아니라 서로 다른 자료를 두 곳 이상에 보관하고 있달까.. 그곳을 없애면 두 개의 다른 메일계정에 보관할까 하는데.. 흠.. 언제하지..

이 자료를 모두 백업하면, 그 중 퀴어 관련 자료는 모두 퀴어락에도 넘길 예정이라 빠를 수록 좋긴하다. *방시잇*

04
얼추 2년 전, 야후에서 ymail.com이란 메일 주소를 새로 공개했다. 용량 무제한이라고 해서 일단 가입했는데, 어쩐 일인지 @ymail.com이 아니라 @yahoo.com으로 생성되어 그냥 버렸다. 며칠 전, 지메일gmail.com에 너무 종속되는 듯하여 다시 ymail.com을 찾았다. 알고 보니 가입할 때 내가 잘못한 것. 암튼 계정 몇 개 확보했다. 자료창고로 유용할 듯. 근데 지메일에 익숙해서일까? 야후메일은 너무 복잡하고 어수선한 느낌이다.

해당 메일계정으로 연락을 주고 받지는 않을 거라, 장난친다고 이메일 보내지 마시길. 🙂

05
종이만 가져가면 인쇄를 무료로 할 수 있는 곳에 가서, 자료를 잔뜩 인쇄했다. 미리 찾아둔 자료만 인쇄한 게 아니라 그 자리에서 검색하며 인쇄를 동시에 했는데… 세상엔 정말이지 재밌는 주제의 글이 너무 많다.

자료를 찾다 보면 “이 글은 미완성원고라 재배포 및 인용을 금지합니다.”란 문구가 들어간 논문을 찾을 때가 있다. 이런 종류의 논문은 대체로 학술대회 같은 곳에 발표한 원고. 외국의 경우 학술대회 발표문을 PDF로 공개하는 곳이 많아, 재배포 및 인용 금지란 문구가 들어간 자료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하지만 웹시대에 재배포의 경계는 참 모호하다. 학술대회를 주최한 단체는 그들의 정책에 따라 해당 파일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그리고 구글은 이를 수집해서 검색에 노출했다. 링크를 따라 홈페이지에 들어가 해당 파일을 다운로드 했다. 이럴 때 구글의 검색결과는 재배포일까? 웹을 상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이런 건 재배포일 수도 있다. 하지만 웹시대, 모든 것을 검색하려는 시대에 재배포의 개념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