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이것저것: 월화수목금금금, 펜, 바람, 원고수정

01
지난 일요일은 향후 최소 5년 동안의 마지막 일요일이었음에도 성실하게 뒹굴거리지 못 했다. 무척 아쉽다. 지난 1년,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뒹굴거리며 쉬는 날이었는데 당분간 이런 시간도 없겠지.
학부 마지막 1년부터였나, 일상은 언제나 월화수목금금금이었다. 그 습관이 몸에 남아 석사 졸업하고도 2년 정도 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살았다. 작년에야 비로소 주말은 쉬는 날이라고 인식하기 시작했다. 별도의 일정이 없으면 집에서 뒹굴거리며 아무것도 안 하고 보냈다. 아무것도 안 하는 생활, 이것도 나름 괜찮았다.
오는 금요일이면 개강이다. 드디어, 정말로, 진짜로 학교에 가는구나 싶다. 두렵기도 하고 설레기도 하다. 그리고 이제 다시 월화수목금금금인 생활을 하겠구나,라고 몸의 준비를 하고 있다. 특별한 것도 유별난 것도 아니다. 전업학생으로 생활할 수 없으니 어쩔 수 없다. 알바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이 줄어드니 휴식 시간을 줄일 수밖에.
그러고 보면 이런 감상도 주말에 쉬어봐서 할 수 있는 거네… 예전엔 주말에 쉬는 것을 이해 못 했으니까. 하하. ;;;
02
나는 왜 펜에 정신을 못 차릴까. 어젠 파일을 살 일이 있어 문구점에 갔다가 엄청나게 많은 펜 앞에서 잠시 정신줄을 놓았다. 주로 사용하는 펜이 있고 향후 1년은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음에도 새로운 펜을 사고 싶어 안절부절 못 했다. 입학 기념으로 나 자신에게 선물하겠다고 하나 골랐다(지름에 핑계는.. -_-;; ). 그것은 리필형이라 리필심과 같이 구매하려고 직원에게 물어보니 지금은 재고가 없고 주문하면 다음주에 입고된다고 했다. 그 말을 듣고 사지 않기로 했다. 리필심이 단종되면 제대로 쓰지도 못 하는 펜이 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게 다 하이텍 콜레토 리필심이 내게 준 교훈이다. ;;;
03
바람을 한참 바라보다가 가끔 슬퍼지면 눈을 감는다. 바람이 내 슬픔을, 내가 떠올리는 풍경을 볼 수 없도록.
바람아, 미안해.
04
살면서 매우 드문 짓을 하나 했다. 마감이 없는데도 원고를 수정한 것. 오오…
2010년 가을에 연재한 화학적 거세 관련 원고가 있다. 지금 즈음 단행본으로 나와야 하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붕 떠있는 상태다. 아마도 올해는 단행본으로 나올 듯한데(계약을 했기 때문에 책이 안 나오면 출판사만 손해), 출판사에서 언제 “*월 *일까지 수정해서 원고를 보내주세요”라고 연락이 올지 알 수가 없다. 그 시기를 미리 예측할 수 있어도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 개강하고, 백과사전 집필하고 하면 정신이 없을테니까.
그래서 나는 매우 기특하게도, 그나마 시간 여유가 좀 있는 2월 중으로 원고를 수정하기로 했다. 보통 이렇게 다짐하면 수정을 안 하는데(언제나 마감 일정에 맞춰 몸이 움직이는 1인;; ) 정말로 원고를 수정했다. 덜덜덜.
내가 쓴 어느 글이 만족스럽겠느냐만, 이번 글도 불만이다. 사실 처음부터 새로 쓰고 싶은 욕심도 있다. 근데 정말 그랬다간 내가 망하고, 내 일정이 모두 엉킬 것 같아 현재 수준에서 수정하기로 했다. ;ㅅ; 어떤 부분은 들어내고 새로운 내용을 추가했고, 어떤 부분은 자잘하게 고치는 식이었다.
수정 과정에서 덧붙인 내용이 있는데, 화학적거세법(성충동 약물치료법)의 연령이 16세인 이유를 밝혔다. 지금 즈음 널리 알려진 내용이려나… 원고를 쓸 때부터 알고 있었고 초안엔 별도의 장으로 논했지만, 원고 전체 분량 문제와 전체 논의에서 뜬금없는 내용이라 삭제했었다. 하지만 언급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 아쉬워서 각주로 짧게(정말 짧게) 덧붙였다. 알면 허망할 테니 나중에 책이 나오면(근데 정말 나올까? 덜덜덜) 그때 확인하시기를… ;;;
05
염색했다. 거의 10년만에. 첨엔 보라색으로 할까 했다. 미용사에게 물어보니, 탈색하지 않고 염색만 하면 색깔이 충분히 살아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붉은색으로 했다. 내 눈엔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지만 좀 가벼운 느낌은 든다. 후후. 더 가벼워져야 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