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아카이브 퀴어락 반상근, 노트북, 트랜스젠더 아카이브

8월부터 퀴어락에서 주 1회 근무하기로 했다. 농담처럼 박사학위를 끝내면 퀴어락에 취직하겠다고 말하곤 했고, 퀴어락의 업무는 내게 일종의 로망이다. 물론 로망은 노망이고 현실은 다르지. 그럼에도 내가 가장 애정을 갖는 일이다. 그리고 8월부터 주 1회 근무다.
그리고 ‘원활한’ 업무를 위해 퀴어락에 두고 쓸 개인 노트북을 알아보고 있다. 퀴어락 전용 데스크톱이 있는데 나 말고도 주 1회 근무를 하는 사람이 더 있기도 하고 나로선 나만 쓰고 또 보안 문제에 있어 내가 안심하고 쓸 수 있는 노트북이 있는게 편하니까. (공용컴퓨터에서 사용할 메일 계정이 따로 있는 1인)
처음엔 크롬북으로 확정했는데,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티몬을 둘러보다가 두 개의 노트북에 흔들렸다. 28만 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과 32만원 가량의 15인치 노트북. 둘 다 OS는 구매자가 직접 깔아야 하는데 이것은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업그레이할 때의 추가 비용 등을 고민한 다음 32만 원 가량의 노트북을 찜하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우후후. 구매는 당장하지 않을 것이라 흐뭇한 마음만 품었는데, 집에서 크롬북이 아닌 노트북으로 작업하다가 확실하게 깨달았다. 크롬북 환경에 완전 적응했다는 사실을. 나도 모르게 크롬북의 인터페이스로 작업하려는 내 모습을 깨달으며, 아, 역시 크롬북으로 사야겠다고 중얼거렸다. 크롬북이 아닌 일반 노트북을 살폈던 건 아마존에서 바로 배송이 안 되기 때문에 배송대행서비스를 이용해야 한다. 이게 은근 신경 쓰이고 번거로워서였는데, 어차피 퀴어락에 추가의 데스크톱이 있다면, 웹작업이 대부분이라면 크롬북이어도 충분하겠다.
근데 여기서 가장 큰 함정은 내 통장의 잔고로는 당장 노트북을 살 수 없다는 것. 후후후. 그냥 노트북 새로 하나 사야지라는 망상에 빠져있다. 후후후.
아무려나 이렇게 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 조금 더 개입하면서, 나는 1~2년 정도 더 작업을 한 다음 내 연구소, 혹은 나의 집을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로 명명할까,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퀴어아카이브가 필요하다면 바로 그 만큼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도 필요하다. 최근 기말페이퍼로 퀴어아카이브 관련 글을 썼는데, 그러면서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고 싶다는 바람이 더 커졌다.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만들겠다고 따로 작업을 하고 있는데 1~2년 정도면 아카이브 꼴은 갖추겠다 싶다. 어디 내세울 수준은 아니겠지만. 물론 시간이 더 걸릴 수는 있다. 그럼에도 말할 수 있다면, 트랜스젠더 아카이브를 준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퀴어라는 포괄어와 트랜스젠더라는 포괄어는 매우 많이 겹치고 또 엇나가는데, 나는 언제나 퀴어와 트랜스젠더가 함께 가야 한다고 믿지만 그럼에도 트랜스젠더를 더 강하게 끌고 가길 원한다. 즉, 나는 트랜스젠더를 중심으로 퀴어를 재편하길 원한다. 두 포괄어의 겹치지 않는 어떤 영역이 있다면 바로 그 영역으로 퀴어와 트랜스젠더를 재해석하길 원한다. 물론 지금은 소박한 꿈에 불과하지만.

On Our Backs란 잡지를 열람하거나 복사신청할 수 있는 곳 찾습니다..

On Our Backs란 옛날 미국 잡지를 열람할 수 있는 사이트를 찾고 있다. 물론 매번 실패한다. 매번 검색을 해도 On Our Backs란 잡지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사이트를 못 찾는다. 그러다 문득 이것이 On Our Backs와 Off Our Backs의 차이일까란 고민을 한다.
On Our Backs는 레즈비언 에로티카를 표방한 잡지며, 1980년대 섹슈얼리티 표현과 실천의 ‘자유’를 옹호했다. Off Our Backs는 성보수주의, 섹슈얼리티에 있어 국가의 검열과 개입을 지지했던 페미니스트 집단이 만든 잡지다. 그리고 Off Our Backs는 지금 미국 논문 검색 사이트를 통해 그 모든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On Our Backs는 찾을 수가 없다. 내 검색 능력이 부족해서일 수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론 성급진주의 잡지와 성보수주의 잡지에 대한 사회의 다른 대우를 엿볼 수 있는 찰나가 아닐까,란 고민도 든다.
On Our Backs에서 읽고 싶은 글이 있어서 이렇게 열심히 찾는 것이기도 하다.
Susan Stryker. 1995. “Looking at You Looking at Me.” On Our Backs 11:1 (January/February): 21
이 글을 찾고 있는데 아직 전문을 못 찾았다. 트랜스젠더와 관련한 주요 문서를 웹에 아카이빙하는 사이트도 있는데, 그럼에도 스트라이커의 글은 그 흔적을 찾기가 힘들다. 구글 검색에 따르면 이 글을 언급한 웹문서는 단 하나 뿐이다. 나 역시 그 문서에서 이 글의 존재를 알았고 몇 년 째, 검색하고 있지만 못 찾았다. 그래서 아예 On Our Backs를 열람할 수 있거나 문헌복사를 신청할 수 있는 곳을 찾고 있다.
그나마 있는 곳이라면 수잔 스트라이커가 머물기도 했던, GLBT Historical Society라는 아카이브다( http://www.glbthistory.org/research/index.html ). 그런데 여기엔 문서를 복사신청하면 보내주는 그런 서비스는 없는 듯하다. 스트라이커는 이 아카이브를 LGBT 관련 세계 최대 아카이브라고 칭했는데, ONE 아카이브에도 없는 기록물이 있으니 그른 말은 아닌 듯. 하지만 문헌복사 신청 서비스는 왜 없는 것이냐..
암튼.. 아카이브가 아니라 대학 도서관에는 없으려나.. 그리고 이 자료를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끄응..

트랜스젠더 기록물 수집하기 01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기 싫어요…
KSCRC 트랜스젠더 삶의 조각보 만들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자료수집을 하기로 했다. 기록물의 종류가 다양하니 몇 사람이서 종류를 나눴고 난 단행본과 논문 중 일부를 담당했다. 단행본은 ㄱ. 단행본 자체로 의미 있는 경우, ㄴ. 단행본의 일부만 트랜스젠더 이슈를 다루지만 단행본 형태로 의미 있는 경우, ㄷ. 단행본의 일부며 굳이 수집하지 않아도 무방한 경우로 나눌 수 있다. 이중 ㄱ과 ㄴ만 수집할 예정이다.
단행본과 논문을 한 번에 다 정리할 수는 없으니 부담없을 듯한 단행본부터 시작했다. 수집 작업을 시작하기 전 회의자리에서 트랜스젠더 관련 문헌은 한 2~30권 정도겠거니 했다(오해하는 분이 있는 듯한데 한국어만 모읍니다, 물론 영문판을 기증해주시면 기꺼이 받지만.. 흐흐). 그렇게 많은 편은 아니니까. 그리고 회의가 끝나고 퀴어락에서 소장하고 있는 기록물 중 트랜스젠더 이슈와 관련 있을 법한 기록물만 대충 정리했는데 서른 종을 가볍게 넘었다. 응? 어리석은 나는 트랜스젠더 관련 도서가 적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적은지는 가늠을 못 하고 있었다. 이후 며칠 동안 대충 정리한 1차 목록에만 80여 권이었다. 헉… 80여 권이 많다곤 할 수 없지만 적은 것도 아니라 좀 놀랐다. 이렇게 모아서 정리하면 늘 의외로 많구나라고 느낀다.
근데 80여 권으로 끝난 게 아니다. 실물을 확인한 다음 수집할지 말지를 결정해야 할 기록물 100여 권의 목록이 따로 있고, 검토도 못 한 기록물이 200여 권이다. 아, 정말 시작이 미약했다면 그 끝도 미약하고 싶은데.. 언제 다 검토하지? ㅠㅠㅠ 실물을 확인했기에 확실한 1차 정리 기록물 80여 권을 제외하면 모두 방학 때나 검토할 수 있는데.. ㅠㅠ
그나저나 태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트랜스젠더 이슈에 한 마디씩 하는구나. 굳이 안 해도 괜찮은데요.. 그냥 신기한 트랜스젠더가 있더라는 얘기를 하실 거면 참아주세요.. 크롤러 입장에선 모두 다 수집해야 한다고요.. ㅠㅠ 아키비스트 입장에선 일일이 다 검토하고 수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요.. ㅠㅠ
목록으로 만든 기록물을 일일이 확인하고 복사하는 과정을 예상하니 꼬박 사흘은 걸리지 않을까… 그래서 떠올린 망상이 있으니, 공돈으로 딱 천만 원만 있으면 좋겠다. 기록물 원 없이 구입하게. 도서관에 가서 복사하지 않고 그냥 단행본으로 다 구매하게. 천만 원어치 구매하고 나면 추가로 구매할 기록물이 이천만 원어치 생길 거라는 건 함정. 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