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오늘 하루

아침, 융에게 밥을 주러 나가니 빈 밥그릇에 융이 앉아 있었다. 융은 자리를 피할까 말까 살짝 고민하다가 자리를 피했다. 난 일단 물그릇을 채우고 나서 밥을 주려고 했다. 그 와중에 융은 계단에서 우왕좌왕하다가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계단 아래서 발라당…

> 융 님께서 발라당을 시전하셨습니다.
오늘따라 사진기를 가지고 나가고 싶었지만 참았는데, 가지고 갈 걸 그랬다. 이 장면을 찍어야 했는데. 융의 발라당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융의 발라당을 보는 날이 오다니…
사실 오늘은 중요한 일이 있는 날이다. 사소한 일에도 민감해질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전날부터 계속 긴장한 상태였다. 이 와중에 융의 발라당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
알바는 빠졌지만 알바 관련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어 처리하고 중요한 일을 하러 갔다. 긴장감이 넘치는 자리였다. 그래서였는지 같이 모여 있는 사람들이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했고 나중엔 웃음소리가 넘쳤다. 물론 그 웃음엔 울음이 섞여 있지만. 중요한 일은 그럭저럭 끝났다. 이 일이 무엇인지는 나중에 밝힐 일이 있을 테니 더는 생략하고…
저녁, 집에 돌아오니 융이 사료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사료 그릇이 깨끗하게 비어 있었다. 융이 마지막으로 먹은 건지 모르겠지만 융은 밥을 달라고 울었다. 발라당을 시전하진 않았다. 그저 앙, 앙, 앙, 하고 울었다. 내가 무척 가까이 다가갔는데도 피하진 않았다. 그 모습이 귀엽다.
집으로 들어와 바람을 꼭 껴안으면서 언젠가 융을 집으로 들여야 하는 날이 올까,라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금방 이 고민을 지웠다. 쉽지 않은 일이니까. 내가 감히 개입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 그냥 지금과 같은 관계가 좋다.
아무려나 좋은 박스와 털옷을 준비해서 집 근처에 내놓을까 보다.

[고양이] 바람의 일상

01
집에서 이런저런 일을 하다 고개를 돌리면 바람은 발라당 드러누워 자고 있거나 혼자 놀고 있다. 여름이 다가오자 발라당 드러눕는 일이 늘었다. 사진을 몇 장 찍었는데… 노트북이 디카 인식을 거부한다. -_-;
예전 사진으로 대체하자면 이런 식이다.

02
외출했다가 집에 오면 바람은 늘 책장 구석에 숨어 있다. 난 하루 종일 구석에 숨어있는 줄 알았다. 그래서 걱정이 많았다.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면 그제야 바람은 구석으로 숨었다. 첨엔 우연인 줄 알았다. 아니었다. 벌써 두 번째 목격. 문을 열고 내가 집으로 천천히 들어가면 바람은 이미 구석에 숨었지만, 빨리 들어가면 구석에 들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냥 들어가는 것도 아니다. 상반신만 구석에 들어가 있는 바람은 고개를 내게로 돌리는데 그때마다 눈이 마주친다. 나를 빤히 보면서 바람은 슬금슬금 구석에 들어간다. … 이 녀석이!
03
참과 카카가 겁이 많다는 글을 읽으며… 바람에 비하면 양호하단 느낌이다. 바람은 어느 정도냐면 내가 옷만 들어도 겁 먹고 도망간다. 뭔가 바스락 소리만 내도 놀라고, 물건이라도 떨어뜨려 소리가 나면 이미 어딘가에 숨고 없다. -_-;;
바람의 성격이 사람으로 치면 매우 예민하다 할 수 있다. 그러니 말랐을 거 같지만 아니다. 포동포동, 뱃살이 장난 아니다. 그래서 쓰다듬으면 따뜻하고 좋다. >_<
04
요즘 바람을 베고 눕곤 한다. 바람이 발라당 뒤집어져 있으면 바람의 배에 내 귀를 살짝 올린다. 그 상태로 한 손으로 바람의 얼굴을 쓰다듬으면 바람은 골골거린다. 골골거리는 소리가 귀에 생생하게 들리는데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이 느낌이 좋아 하루에 한 번은 바람을 베고 눕는다.
05
병원에 갔다 왔다. 혈액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하기 위해서다. 혈액검사는 리카가 떠난 일을 계기로, 초음파검사는 바람이 결석이 생기는 체질이라.
리카가 떠난 이후 바람을 병원에 데려가야지, 데려가야지 하면서도 못 갔다. 리카 병원비와 장례비용이 상당해서(내가 과도하게 욕심내서) 알바비 입금을 기다려야 했다. 구석에서 나오지 않으려는 바람을 간신히 꼬셔서 병원에 데려갔다. 이동장에 넣을 때부터 저항하더니 이동장에 들어간 순간부터 세상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아놔. 병원에 가는 동안, 길에서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이 알 수 있게 울었다. 지나가는 모든 사람이 쳐다보고 웃고… 집사는 그저 웃지요… 병원에서도 서럽게 울더라. 의사는 그저 웃으며 집밖에만 나오면 이렇게 우는 애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도 검사할 땐 정말 얌전했다. 혈액검사를 위해 피를 뽑을 때도 얌전, 결석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초음파검사를 할 때도 얌전했다. 의사가 말하길, “냥냥거리지만 정말 얌전하네요.” 흐흐. 얌전하다는 말에 왜 이렇게 뿌듯한지..;;;
초음파검사 결과 현재 결석이 전혀 없다고 판정. 의사는 결석이 있는 어떤 아가의 초음파사진과 바람의 초음파사진을 비교하면서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울러 초음파검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진도 챙겨주더라. 흐흐.
혈액검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검사항목: Glucose   결과: 123   정상치: 63-140
검사항목: T-Cholesterol   결과: 123   정상치: 73-265
검사항목: BUN   결과: 37 / H   정상   치: 17-35
검사항목: Creatine   결과: 2.1    정상치: 0.7-2.1
검사항목: GOT   결과: 19   정상치: 13-46
검사항목: GPT   결과: 65   정상치: 29-186
검사항목: ALP   결과: 76   정상치: 15-96
검사항목: T-Bilirubin   결과: <0.2   정상치: 0-0.2

GOT, GPT, ALP 등 간기능 관련해선 무척 건강하다고 판정. BUN은 실험기구의 오차범위에 들기 때문에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BUN과 Creatine은 6개월 혹은 1년 뒤에 다시 검사했을 때 결과와 비교하며 추이를 살피면 되고, 지금은 괜찮다고 했다.

그리하여 최종 검사 결과는 건강!
리카에게 미안했다. 바람을 더 잘 보살피는 수밖에…
06
그나저나 바람과 참의 만남(남매 상봉)을 주선하려 했다. 오랜 만의 만남에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오늘 바람의 태도, 참의 외출 경험을 감안하면… 휴우… 천천히 고민하자…

[고양이] 배웅, 헤어드라이어, 발라당

01
며칠 전 아침, 알바하러 갈  리카가 화장실에 갔다. 그 시간 리카나 바람이 화장실에 가는 일이 드물어 조금 신기했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여는데, 리카가 후다닥 달려왔다. 평소보다 빨리 볼일을 보고 달려왔다. 난 그런 리카를 문 앞에서 한참 바라보며 인사했다. 평소 리카는 내가 외출할 때마다 날 배웅한다. 하지만 그날은 리카가 화장실에 있었기에 그 상태로 인사할 줄 알았다. 얼른 볼일을 보고 후다닥 달려올 줄 몰랐다. 괜히 기분이 좋았다.
요즘은 바람도 나를 배웅한다. 최근 들어 생긴 버릇이다. 내가 외출하면 바람도 문 앞까지 와선 내가 나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가끔, 리카가 날 배웅하지 않으면 바람은 리카와 나를 번갈아 바라보며 불안한 표정을 짓는다. 리카가 배웅하러 나오면 그제야 바람은 안심한다.
02
아침, 머리카락을 말릴 때면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한다. 신기하게도 리카는 내게 온 초기부터 헤어드라이어 소리에 놀라지 않았다. 내가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고 있으면 발치에 앉아 나를 빤히 바라볼 때가 많다. 머리를 다 말리면 난 헤어드라이어로 리카의 털을 고른다(?). 첨엔 리카가 도망갈 줄 알았다.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크기도 하거니와 그 바람을 좋아할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리카는 헤어드라이어를 피해 도망치기보다는 가만히 있을 때가 많다. 때론 배를 드러내며 발라당 누워선 장난을 걸 때도 있다. 따뜻해서 좋은 것일까?
바람은 헤어드라이어 소리만 들리면 구석진 곳에 숨는다. 집고양이인데, 큰 소리를 무서워한다. 헤어드라이어의 따뜻한 바람도 싫어서 후다닥 도망간다. 후후.
03
바람은 겁이 많아 곧잘 도망가고 구석에 숨지만, 놀자고 “야옹, 야옹” 울기도 한다. 거의 매일 운다. 울다가 안 되면 발라당 뒤집어져선 배를 드러내곤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해도 나와 안 놀거야?’란 표정이다. 난 그 배를 마구마구 쓰다듬는다. 고양이의 따뜻한 배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