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러지, 알레르기성 피부염

요즘, 지난 번 삼재가 정확하게 몇 년부터 몇 년까지였을까를 곰곰하게 따지고 있다. 이번 삼재가 2013년부터니 지난 번 삼재는 2001년부터여야 할텐데… 내 삶에서 가장 안 좋았던 일 중 몇 가지가 2000년대 초반에 몰려 있는데 문제는 그 시기가 계속 헷갈린다. 2000년에 안 좋은 일이 있었고 2002년은 최악의 상태였다.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가늠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내가 여성학 수업을 처음 들은 건 2004년이고 여성학과 페미니즘 관련 글을 처음 읽기 시작한 건 2003년 즈음이다. 이것은 기억에 의존한 서술이다. 문제는 이 각각의 요소가 아니다. 내 기억에 2002년 최악의 해를 보내고 2003년 초 집에 붙잡혀 가서 잠시 머물던 시기가 있었다. 그 뒤 바로 학교에 복학했고 수업에서 여성학을 바로 만났다…가 지금까지의 기억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뭐가 안 맞는다. 기록에 따르면 나는 2004년에 여성학수업을 처음 들었다. 그런데 2003년 복학해서 바로 여성학 수업을 들었다고? 2003년이란 시간이 붕 뜨는 찰나다. 2003년에 나는 무엇을 했을까? 왜 이 시기의 기억이 비어 있을까? 지금 돌이키면 이 시기에 헌책방에서 처음 알바를 한 것 같고, 그 기억은 내 알바의 역사 중 하나로 중요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왜?
이 고민을 하는 이유가 있는데, 알러지성 피부염이 또 터졌다. 지난 봄인가 여름에 터졌을 땐 한 번에 확 심했다가 주사+경구약으로 금방 차도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엔 아니다. 증상이 엄청 심하게 확 터지는 건 아닌데 목 주변과 팔, 다리 등의 피부가 붉게 올라오고 간지럽다. 차도도 별로 없어서 주사를 맞고 경구약을 먹어도 별 소용이 없는 느낌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몸에 알레르기성 피부염이 확 드러났던 시기가 삼재 즈음인 듯했다. 그래서 그 시기를 다시 돌아보고 있는데… 회고를 하다보니 지난 시기가 다 엉켰음을 깨달았다. 처음으로 알러지성 피부염으로 피부가 확 일어난 시기는 1999년이다. 삼재보다 훨씬 전이다. 그리고 2000년 즈음 마지막으로 증상이 나타난 다음 더 이상 증상이 없었다. 아예 없었던 건 아니지만 미미했다. 대신 증상이 심할 땐 그냥 수시로 알러지성 피부염이 발생했다. 원인도 알 수 없고, 공통점도 찾을 수 없었다. 그냥 그날 느낌이 안 좋다 싶으면 그냥 몸에서 알러지성 피부염이 돋았다. 그런데 지금, 주사와 경구약을 모두 처방받은 상황에서도 차도가 없다니.. 흠.. 무슨 일일까.
암튼 목 주변으로 가려운데 긁으면 안 되어서 참고 있긴 한데.. 흠… 나중엔 따갑겠지.. 후후후.

잃어버린 펜을 둘러싼 기억

몇 번인가 적었지만 필기구를 좋아한다. 그래서 늘 몸에 필기구를 지니는 편이다. 하루 종일 필기구를 사용할 일이 없다고 해도 일단은 챙긴달까. 외출할 때 가장 먼저 챙기는 물건이 필기구와 교통카드 지갑이다. 단지 필기구 하나만 꼭 챙기는 게 아니다. 주로 사용하는 필기구가 리필용 펜인데 가방엔 리필통 여분과 6개월 이상을 사용해도 충분할 리필심이 들어 있다. 두 가지 이유에서 이렇게 챙겨 다니는데, 펜을 사용하다가 갑자기 약이 다 나갔을 때, 그리고 갑자기 펜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다. 펜을 사용해야 하는데 사용할 수 없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게 핵심이라면 핵심.
며칠 전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필통에 넣어둔 여분의 다른 펜으로 수업은 어떻게 넘겼다. 그리고 그날 저녁 집으로 가서 리필통에 리필심을 새로 채우며 늘 가지고 다니는 펜을 만들었다. 다음날 알바하는 곳 근처에 있는 문구점으로 가선, 리필통을 추가로 몇 개 구매했다. 필기구를 구매하고 밖으로 나와 알바하는 곳으로 다시 돌아가려는 길에서.. ‘아이고, 가방에 리필심과 리필통이 늘 여분으로 준비되어 있는데 왜 학교에서 만들지 않았지?’라며 나의 어리석음을 깨달았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낄낄 비웃으면서. 가방엔 늘 여분이 있기에 언제 어디서건, 리필통에 리필심을 채우면 그만이다. 그런데 필통에 둔 여분의 펜을 사용하다니..
며칠 전 수업이 있는 날이었는데 주머니에 넣어둔 펜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 필통에 넣어둔 여분의 다른 펜으로 수업은 어떻게 넘겼다. 여분의 펜을 사용한 건, 잃어버린 찰나를 가늠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집에 있겠거니 했다. 깜빡하고 안 챙겼나… 펜이 없다는 사실을 아침 일찍, 지하철을 탈 때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 사이에 잃어버릴 일이 없었다. 물론 깜빡하고 안 챙겼을 리가 없지만 잃어버린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러니 당연히 집에 있겠거니 했다. 이런 상황에선 여분의 펜에 리필심을 새로 채우며, 펜을 새로 조립할 이유가 없었다. 필통에 든 다른 펜을 사용하면 되었다. 수업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선 펜을 찾았지만 없었다. 어디서 잃어버린 걸까…
ㄱ의 두 번째 문단과 세 번째 문단은… 같은 사건을 다른 식으로 기억하는 찰나다. 시간 순으로는 세 번째 문단이 먼저다. 펜을 잃어버린 당일 나는 세 번째 문단과 같이 생각했다. 그래서 늘 사용하는 펜을 조립하지 않고 여분의 다른 펜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 다음날 리필통을 구매하러 갔을 때, 두 번째 문단으로 기억했다. 가방에 여분의 리필통과 리필심이 있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다른 펜을 사용했다고 기억했다. 이 일을 블로깅하려고 글을 쓰면서 세 번째 문단을 두 번째 문단으로 혼동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과연 세 번째 문단으로 기억하는 것도 그 찰나를 제대로 기억하는 걸까? 어디서 어떻게 기억은 변형될까?
이 모든 상황을 당황스럽게 만드는 일이 추후 발생했다. 문구점에서 추가로 더 구매한 날 저녁 청소를 하다가.. 구석 어딘가에 들어가 있던 펜이 나왔다…!!!

[고양이] 이불, 기억

새벽, 추워서 잠에서 깼습니다. 많이 쌀쌀하더라고요. 지금까지 한여름 이불을 덮고 잤다는 게 함정이라면 함정. 가을 이불은 없고 비몽사몽 상태로 겨울 이불을 꺼냈습니다. 잠이 덜 깬 상태로 겨울 이불을 꺼내는데, 리카가 떠올랐습니다. 그 이불을 처음 사서 펼쳤을 때 리카는 이불이 맘에 들었는지 한참 꾹꾹이를 했거든요. 이불을 꺼내는 순간 리카가 떠오를 줄 몰랐기에 당황했습니다. 그리움도 함께 왔고요. 하지만 이불을 덮는 순간, 그대로 다시 잠들었습니다. 졸렸거든요.
바람은 가끔 매트리스 커버 아래에 들어가 잠들곤 합니다. 그 모습이 귀엽지만, 가끔은 덜컥 겁이 나서 일부러 바람을 깨웁니다. 커버 아래 손을 넣고 깨우는 것이 아니라 커버에 나타난 바람의 형상을 쓰다듬으며 깨우는 거죠. 대개 처음엔 반응이 없습니다. 저는 다시 열심히 쓰다듬고 “야옹” 소리가 들리면 그제야 멈춥니다.
오래, 오래 함께 하자는 말은 하지 않습니다. 행복하냐고 묻지도 않습니다. 그냥 함께 있을 때 제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고 할 뿐입니다. 그럼에도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습니다. 무서워서, 미래를 기약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