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

중학생 시절, 전혜린의 수필을 읽다가, 생활비의 반 정도 되는 금액의 책을 사며 행복을 느꼈다란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고 기억한다. 그 구절을 읽으며 루인도 행복을 느꼈지만, 루인은 그렇게 살진 못 할 거라고 중얼거렸다. 저축은 안 해도 주어진 생활비를 나름 계획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배웠고, 그렇게 살고 있다고 느꼈으니까.

생활비가 간당간당하여 정말 며칠 굶어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위기의식에 빠져 있는 요즘인데, 어제 충전식 카드에 현금이 꽤나 남아 있다는 걸 알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건, 책 사야지, 였다. 물론 이런 행복한 공상에 빠지긴 했지만, 생활필수품을 사야겠다고 중얼거렸다. 아님, 카드로 결제할 수 있는 곳에서 음식을 사먹거나. 별 수 없잖아? 하지만 현실은, 오늘 아침 두 권의 책을 인터넷으로 주문하는 식이다. -_-;; 결국 이런 식이다. 루인은 계획적인 생활을 한다는 건 순전히 자기환상일 뿐, 실상은 이러하다. 그러고 보면 정말 계획이라곤 없이 되는대로 사는구나 싶다. 킥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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