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상영한 [에스터 뉴턴이 나를 게이로 만들었다]를 봤다. 놓칠 뻔 했는데 알려주신 분이 계서 덕분에 봤고 알려줘서 무척 감사하다.

이 다큐는 여러 감동과 논쟁점이 존재하기에, 그냥 영화제에서 두 번 상영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강한 바람이 있다. 영화를 상영하고 토론이나 퀴어영화제의 큐톡처럼 뭔가 추가의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 싶은 그런 다큐였다.

이 다큐를 보고 나면 많은 말을 할 수 있지만 한 가지만 남기면...

에스터 뉴턴은 이번 다큐가 처음 찍은 다큐가 아닌 듯했다. 다큐일지 아닐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번 다큐에 과거에 촬영한 영상을 활용하는 부분이 많았다. 단순히 행사 참여 영상만이 아니라 다큐처럼 에스터 뉴턴을 촬영한 영상이 종종 등장했고, 나는 이것이 매우 부러웠다.

한국에서 종종 퀴어 다큐가 나오는데, 많은 경우 그 다큐는 최근 새롭게(5년에서 10년 정도?) 활동하며 새로운 쟁점을 제기하는 내용을 담는 경우가 많다. 나는 이 작업이 소중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다큐와 함께, 26년 정도 활동한 활동가나 연구자의 다큐도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발언을 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나는 오래 활동한 활동가와 연구자의 고민이 덜 주목받는 경향이 있다고 고민한다. 그리고 그로 인해, 퀴어 운동과 역사가 계속해서 연결되는 사건으로 구성되기보다 단절적이고 갱신되기만 하는 의제로 인식되는데 영향을 끼친다고 고민한다. 그래서 25년 안팎으로 활동한, 현재 쉰 살 전후의 활동가와 연구자를 다룬 다큐도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또힌 이들이 다시 나이 들어 20년이 지났을 때, 그때 또 다큐를 찍으면 좋겠다. 이것이 에스터 뉴턴의 이번 다큐와 같지 않을까... 퀴어 인물의 역사를 축적하는 것. 무엇보다 1990년대 즈음부터 혹은 2000년대 초반 즈음부터 지금까지 활동하고 있는 활동가와 연구자의 다큐를 보고싶다. 그리고 다시 20년이 지나 새롭게 촬영한 다큐도 보고싶다.

얼마 전 3xFTM 상영회가 있었다. 일전에 3xFTM의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눌 일이 있었는데, 이 다큐를 지금 다시 편집한다면 어떨 것 같냐고 물었더니 편집이 완전히 달라질 것 같다고 했다. 안타까운 것은, 애석한 것은 3xFTM 이후 20년이 지났을 때 다시 그 인물들을 찍을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1990년대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트랜스젠더퀴어 문화를 다룬 [젠더노츠]라는 다큐를 매우 좋아하는데, 20년 뒤 동일 인물이 다시 등장하는 [젠더레이션] 또한 매우 좋아한다. 이런 기획이 한국에서도 진행되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3xFTM의 20년 뒤 판본은 결코 만들어질 수 없다. 슬프다.

에스터 뉴턴은 이번 다큐에서, 후배 연구자에게 "퀴어의 생존은 의무"라고 말했다. 내내 웃으면서, 혹은 고민하면서 보다가 그 말에 엉엉 울었다.

몇 달 안 있으면 한무지의 10주기다. 생존이 의무라는 말을 나도 지킬 자신은 없지만, 그럼에도 의무감으로라도 생존했으면 좋겠다. 떠난 사람을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면 좋겠다.


2022/09/01 11:43 2022/09/0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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