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강 남쪽을 중심으로 한 큰 비와 침수 사태로 서울시는 반지하를 더이상 주거시설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고 발표했다. 물론 당장은 아니고 장기적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지하/반지하 거주자는 전국적으로 32만 정도, 서울은 20만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반지히 거주자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이다. 신축 건물의 경우 사실상 반지하인데도 1층으로 표기하며 지상층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국 32만호도 상당수는 수도권에 밀집해 있다고 하는데, 그럼 이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현재 많은 사람들이 반지하에서 살 수 없게 된다면 고시원 등 더욱 열악한 환경에 거주하게 된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렇다고 반지하 주거 시설을 그대로 두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반지하에서 살았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반지하는 습기가 상당해서 여름이면 화장실 뿐만 아니라 방 곳곳에 곰팡이가 피고 눅눅해서 살기 힘든 곳이다. 반지하에서 살고 난 이후 나는 절대 반지하에서는 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지인이 독립하거나 이사를 할 때면 반지하만은 절대 피하라고 뜯어말리기도 했다. (반지하에 살며 우울증이 좀 심하게 안 좋았다.) 반지하는 살기에 쉽지 않은 곳이고 그렇기에 반지하를 주거지로 승인하지 않으며, 줄여나가는 정책 자체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 대안은?

32만호의 반지하 거주자는 어디로 가야할까? 32만호가 어느 정도 규모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면, 한국의 서울 인구 분산을 위해 만든 1기 신도시(일산, 분당, 중동, 평촌, 산본) 전체가 약 30만호였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고양특례시는 일산신도시 개발과 덕양구 개발에 따라 아파트 밀집 지역 중 하나인데, 2021년 7월 기준 고양시 전체 아파트가 26만호 정도고 전체 주택이 33만호 정도다. 다른 말로 32만호(그들 전부가 수도권 거주자는 아니라고 해도)의 반지하 거주자는 특정 지역 신도시가 아니라 N기 신도시 계획을 발표할 때 공급하겠다는 물량에 해당한다(3기 신도시가 35만호 정도라고 한다). 현 반지하 주거자가 새로운 거주 시설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N기 신도시 혹은 특례시 하나를 만들어야 할 정도의 많은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만약 이런 공급이 없다면, 주거할 공간 자체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때마침, 서울시의 발표 며칠 뒤 국토부 장관은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며 5년 동안 270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럼 270만호 중에서 공공임대주택이나 저소득층, 주거취약계층 등에게 공급할 물량은 얼마나 될까? 일단 발표에 따르면 서울에 50만호, 공공택지 88만호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그 중에 반지하 거주자들에게 얼마나 배정될까? 서울에만 반지하 거주 가구가 20만이라고 하는데, 그럼 서울 공급 50만호 중 최소한 20만호는 반지하 거주자에게 제공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반지하에 거주하는 이유가 경제적 이유일 때가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지하 거주자 중 공공임대에 입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또 얼마나 될까? 그런데 신규 개발 지역은 공공임대주택 건립에 얼마나 동의할까? 예를 들어 몇 년 전, 서울시 마포구 DMC 지역에 임대아파트를 설립하겠다고 하자, 해당 지역 국회의원인 정청래는 공공임대주택이 디지털미디어시티라는 지역 이름에 걸맞지 않는다며 공공임대주택 건립을 반대했다(https://www.hani.co.kr/arti/politics/assembly/956440.html). 어떻게 할까?
(참고로 압구정동이 아파트 1만호로 구성된 동네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에 따르면 서울에 50만호를 공급하겠다는 말은 압구정동 50개를 만든다는 뜻이다. 전 성남시장이었던 정치인의 말에 따르면 분당에 있는 아파트가 16만호라고 하니 분당을 3개 만들겠다는 뜻이며, 고양시를 2개 만들겠다는 뜻이다. 물론 고양시는 46%가 군사시설보호구역이라 실제 아파트가 차지하는 면적은 적겠지만... 50만호가 간단한 숫자는 아니다.)

반지하가 주거에 취약하고 어려운 곳이라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럼 반지하 거주자들은 어디로 가야할까? 새로운 주택 공급이 필요하지만 또 그것만이 능사가 아닌 이유는 부동산을 자산 증식 수단이 아니라 주거 공간으로 이해해야 하는데, 누구나 알듯 현재 한국에서 부동산은 자산 증식 수단으로 통용된다. 현재 정권이 부동산을, 새로운 주택 공급을 주거 공간의 개선을 위한 수단으로 이해하고 있을까? 그래서 나의 뇌피셜에 따르면 반지하를 주거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반지하에 살아야 하는 상황의 거주자는 서울에 살지 못 하도록 하겠다는 의미이거나, 승인되지 않은 반지하방에 암암리에 거주하게 되어 반지하 거주자를 더욱 취약한 상태로 추방하겠다는 뜻은 아닐지... 물론 뇌피셜이지만 현재까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을 보면 달리 다른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다. 소위 "혐오 시설"이라고 불리는 많은 중요 필수 시설이 고양시를 비롯한 다른 경기도 소재 자자체로 이전시키거나 설립해왔던 역사를 떠올리면, 반지하를 주거 시설로 사용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정책은 반지하 거주자는 서울시민 자격이 없는, 그래서 다른 곳으로 추방해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게 된다. 물론 서울시장은 그렇지 않다고 항변했다고 하지만... 과연 어떨지...

딴소리 첨가.
참고로 서울시는 모든 쓰레기를 인천이나 경기도 지역에 소재하고 있는 소각장이나 매립장에서 처리하고 있다. 인천시는 더이상 다른 지역 쓰레기를 받을 수 없다고 했는데, 서울시는 서울에 쓰레기소각장 등을 건립할 부지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예종이 지금의 지역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데, 서울시 송파구는 개발제한구역으로 묶인 곳을 풀어서라도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한예종 유치에 뛰어들었다. 서울시에는 새로운 주택 공급이 급한 게 아니라 서울시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직접 해결할 소각장부터 건립해야 한다. 나는 모든 지자체는 해당 지자체에서 발생한 쓰레기를 직접 처리할 소각장 등을 갖추는 것이 그 지자체의 윤리이자 존립 조건라고 생각한다.


2022/08/18 17:38 2022/08/1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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