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투표를 했다. 항상 본투표에서 투표를 했기에 사전 투표는 처음인데, 앞으로는 사전 투표를 할 것 같다.

본투표 때 투표를 할 때면 늘 긴장을 한다. 신분증을 제출하면 본인인증이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있고, 그럴 때마다 '본인 맞아요?'라는 의심하는 눈초리와 질문을 맞아야 한다. 내가 나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을까? 나를 입증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신분증이 나를 입증해주지 않을 때 나는 내가 누구라고 말할 수 있는가? 애당초 의심하는 눈초리 앞에서 나는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 그래서 본투표 때 투표하러 갈 때면 늘 긴장한다. 몇 번은 포기한 적도 있다.

이번에는 사전 투표를 했는데, 수월했다. 신분증을 내는 절차까지는 동일한데, 그 다음 일괄 지문 검사를 했다. 그러니 신분증과 내가 동일인인지를 담당 직원이 질문할 필요가 없었다. 일단 신분증 제출자와 등록된 지문과 현장에서 확인된 지문이 동일하니 그냥 기계적으로 진행되는 절차에 불과했다. 그래서 그냥 편하게 진행되었다.

지문으로 나를 인증하는 제도나 절차가 좋은 절차인가? 당연히 동의하지 않는다. 이것은 모든 사람을 잠재적 범죄자로 가정하기 때문에 문제이기에 앞서 개인의 생체정보를 국가가 관리하는 것이 정당하냐의 문제, 관리될 수 있는 국민/시민/사람은 누구인가의 문제가 남는다. 등록될 수 없는 사람은 그 자체로 범죄자나 위법한 존재가 된다. 지문을 관리하는 체제는 국민의 경계를 구축하는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동의할 수 없는 체제이다. 그리고 그 체제에 의해 나는 덜 불편하게 혹은 안전하게 투표를 할 수 있었다.

심란한데 편안하다는 것, 이것은 결국 내가 한국 사회의 경계 어딘가, 더 정확하게는 경계의 살짝 안쪽에 있다는 소리다. 언제나 의심 받고 배제될 수 있지만 매우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는 특권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에서 한국인이며 트랜스젠더퀴어로 살아간다는 말은 인종주의, 국가 관리주의 등에서 안전함을 보장받는 특권과 배제될 수 있는 위험을 동시에 누리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더 고민이 필요한 지점.

+
주변 사람들이 누구를 찍을 것인가로 엄청 괴로워하는데, 나 역시 이걸로 고민이 많았는데, 정작 지문 인증 체계가 그런 고민을 다른 곳으로 데려갔네...


2022/03/07 10:26 2022/03/07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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