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비염, 블로그의 의미

오늘 원고를 마무리하고 내일은 덕질을 하려 했으나 비염이 터졌다. 그것도 제대로 터져서 얼굴과 목 근육이 모두 아픈 수준이었고 결국 드러누웠다. 하루를 공쳤고 내일은 글을 써야 하고 추석에 부산 가기 전에 덕질을 한 번은 할 수 있을까 고민이다. 읽어야 하는 책, 읽고 싶은 책은 이번 주 정말 공쳤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아는 사람만 아는 블로그라 조용한 곳이고 그래서 편하다. 댓글이 많으면 그건 그것대로 즐겁겠지만 “댓글 많이 달아주세요!”라고 요청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며, 내 블로깅은 댓글을 달기 무척 애매한 내용이란 말도 들었으니. 이런 내용과 상관없이 가끔 블로그가 더 무슨 의미일까란 고민(까지는 아니고 그냥 짦은 망상)을 한다. SNS 시대와 상관없는 고민이다. 10년 전 즈음인가, 나는 향기가 나지 않는 사람, 그래서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했다. 이런 소망은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고, 지금까지는 이런 나의 바람을 그럭저럭 잘 이뤄가고 있다고 믿는다. 극소수의 친밀한 사람을 제외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으니까. 앞으로 새로운 친한 관계를 맺을 기회가 생기겠지만 많이 늘지는 않겠지. 그러니 돌연 내가 사라져도, 돌연 이 블로그가 사라져도 세상엔 아무 일 안 일어나며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 흘러갈 것이다. 그럴 때 이 블로그는 나의 일기, 혹은 소박한 개인 기록이란 의미 외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물론 하고 싶은 말을 글로 푸는 습관이 붙어, 말은 못 하고 글로 쓰는 인간이라 이것만으로도 이 블로그는 내게 매우 중요하다. 내 안의 언어을 유일하게 표출할 수 있는 공간이니 무척 중요하다. 이 블로그가 사라져도 나는 곧 다시 어딘가에 새로운 블로그를 만들테니까. 하지만 이 블로그를 유지하는 게 무슨 의미일까? 답은 알고 있다. 아무 의미 없다. 이 블로그는 그냥 무의미하다. 지금 당장 닫아도 아무 일 안 생긴다. 그래서 내게 소중하다. 언제 닫아도 문제가 안 된다는 걸 알기 때문에 사용할 수 있다.
현재 상황에서 역대 가장 적은 수의 블로깅을 할 듯하다. 몇 년 전 128건의 글을 썼는데 올해는 그보다 더 적게 쓸 것 같다. 물론 작정하고 쓴다면 그보다는 많이 쓸 것 같지만 그냥 올해는 드문드문 쓰기로 했으니 그보다 적게 쓸 것 같다. 참고로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든 2005년엔, 8월에 만들었음에도 가장 적은 블로깅이 아니었다. 그때는 꽤 많은 글을 썼다. 블로깅 수가 줄어든 게 석사논문 쓸 때였는데 그럼 내년엔 어떻게 될까… 하하…
(다시 확인하니 그때가 아니라 그 이후였… 흠…)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