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젠더퀴어의 직업과 학력

오늘 지구지역네트워크행동에서 진행한 간담회 “노동과 생산/재생산: 세 번째 간담회 – 좋은 몸, 나쁜 몸, 이상한 몸”에 참가했다. 발제를 준비하면서 작성한 문서인데 실제 간담회 땐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사전 준비로 내용을 채울 수 없는 멋진 간담회였기 때문에. 이런 방식 좋아.
아무려나 성별이분법으로 나뉜 직장 구조에서 트랜스젠더가 있을 자리가 어디냐고 묻는 사전 질문이 있었는데 관련 자료를 살피다가 확인한 건 다음의 내용이었다. 취업은 둘째 문제고 트랜스젠더의 학력 문제가 더 중요한 변수로 확인되었고 학교 환경을 더 중요하게 살펴야 한다는 점이었다. 물론 직장 환경도 중요하지만… 암튼 대충 정리한 내용을 공유하면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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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에 발간한 <성전환자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mtf/트랜스여성과 mtf/트랜스남성 등을 합한 트랜스젠더퀴어의 직업은 유흥업소(34.6%), 기타(15.4%), 무직(12.8%), 공장노동자(7.7%), 가게운영/개인택시(6.4%), 사무직(6.4%) 순이었다. 2014년에 발간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주요결과>에 따르면 무직(24.6%), 사무/기술직(24.4%), 자유직(13.7%), 판매/서비스직(11.9%), 자영업(9.0%) 순이었다(이 조사에서 유흥업소는 1.7%였다). 연구 방법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달라진다는 점에서 각 조사는 각각의 의미를 갖는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자영업이 두 조사 모두에서 의미 있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과 무직이 상당히 많다는 점이다.
트랜스젠더 커뮤니티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조언 중 하나는 십대 때 의료적 조치를 하겠다고 가출하거나 하지 말고 인생을 길게 보라는 것. 하지만 이 조언은 자주 무력하게 등장한다. 이것은 <욕구조사>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학력 관련 조사에서 트랜스젠더는 고졸 이하(초중고 재학생 제외) 비중이 32.5%로 가장 높았다. LGBTI 전체 조사에서 대졸 32.7%(고졸 이하 14.0%), 레즈비언은 대졸 40.6%, 게이는 대졸 33.1%, 바이섹슈얼 여성은 대졸 29.2%, 바이섹슈얼 남성은 초중고 재학생 32.6%(그 다음은 대학교 재학생 24.1%), 비LGB-퀴어는 초중고 재학생 29.3%(그 다음은 대학교재학생 23.0%)란 점과 비교하면 분명한 차이다. 이것은 트랜스젠더퀴어가 초중고등학교에서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가(학교를 계속 다닐 수 있는가 아닌가)를 상징하고, 학력과 학벌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에서 트랜스젠더퀴어가 취업을 앞두고 어떤 어려움에 처하는지를 짐작케한다.
직장의 젠더이분법을 말할 때 취업에 가장 중요한 변수 중 하나라는 학력, 혹은 학교의 환경을 같이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One thought on “트랜스젠더퀴어의 직업과 학력

  1. “초중고 시절 내내 자신의 정체성을 인정받지 못해 힘들었다. 적어도 대학만큼은 트랜지션을 완전히 마친 다음에 진학하여, 내 자신이 원하는 성으로서의 대학 생활을 누리고 싶다”라고 생각하는 트랜스젠더도 꽤 많은 거 같았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트랜스젠더 중에 고졸 학력이 가장 높게 나온 이유 중의 하나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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