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깅하다, 일상을 편집하다

블로깅을 하다보면 사생활이 너무 많이 노출된다고 느낄 때가 있다. 나의 사생활이 노출된다고 해서 누가 신경이나 쓰겠느냐만 이게 누적되면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자잘한 정보를 잘 조합하면 내가 어디 사는지 어떤 동선으로 움직이는지 등 사소한 모든 것을 파악할 수 있다. 그래서 블로깅을 할 때면 이런 부분을 어쩔 수 없이 신경을 쓴다.

그렇다고 나의 자잘한 일상을 공개하지 않느냐면 그렇지도 않다. 특히 어디 아프기라도 하면 블로깅 거리 생겼다고 좋아라 블로깅한다. 아파서 드러누웠을 때 E가 아니면 누구도 모를 정보를 하루라는 시차로 공개한다. 이럴 때 블로깅은 내가 아프다는 목적이 아니라 블로깅 거리가 생겨서 기쁘다는 의도에 더 가깝기도 하다. 그리고 어떤 정보는 거의 하루 시차로 꼬박꼬박 올린다. 어떤 고민의 단상이라도 생기면 여물지도 않았는데 하루 시차로 꼬박 올린다. 그러니 이곳은 나의 사생활이 거의 실시간에 가깝게 노출된다.

하지만 사생활 노출의 가장 큰 문제는 범죄만은 아니다. 범죄도 물론 조심해야 한다. 며칠 집을 비운다는 정보는 범죄의 잠재적 가능성을 야기한다. 그러니 이런 정보는 시차를 많이 둘 필요가 있다. 하지만 범죄만이 아니라 다른 여러 방식으로 내게 피해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어떤 정보는 시차를 아예 한 달 혹은 그 이상을 두고 공개할 때도 있다. 어디 갔다 왔다는 얘기 같은 건 한참의 시차가 생긴 다음에 공개하지 않으면 여러 모로 피곤할 때가 많다. 그리하여 사생활을 공개하지만 그것이 내 삶에 피해를 주지 않는 수준으로 조절하는 작업이 몸에 배어 있기도 하다.

블로깅을 그만두지 않고 지속하는 이상 고민의 단상만으로는 글을 채울 수 없으니 일상 생활을 적당히 노출하지만 그것이 지금의 삶에 영향은 끼치지 않는 수준으로 조작하는 작업은 매우 중요하다. 그래야 덜 피곤하기도 하고. 그러니 일상로그는 어떤 의미에서 조작된 혹은 편집된 일상이기도 하다.

4 thoughts on “블로깅하다, 일상을 편집하다

  1. 저도 요새 홈페이지 블로그에 대해서 비슷한 고민을… 뭔가의 플랫폼으로 쓰고 있긴 한데, 뭔갈 쓰려다가 망설여질때가 많아서 결국 걍 그림 뭐 그리면 올리는 식으로 쓰게 되는 것 같아요. 어느 선까지 노출하면서 써야할지 참 고민되요 매번.

    1. 그쵸? 저는 그냥 나 혼자 놀려고 만들었어!라고 시작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게 되지 않을 때, 혹은 나의 어떤 점을 보여주려고 만들었는데 그럼 나를 어느 정도 노출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참 쉽게 풀리지가 않아요.
      늘, 일단 뭐라도 시작하고 보자고 중얼거리지만 이게 가장 어렵기도 하고요. 끙…

    2. 맞아요.. 사실 홈페이지 만들기 전에도 주변에서는 그냥 단순하게 “걍 뭐든 시작해봐”라고 하지만, 실제 하는 본인입장에서는 그 정도 레벨에서 시작하긴 쉽지않은것 같아요.. 게다가 인터넷이 갈수록 ㅈㄹ맞아져서 괜히 내가 쓴 포스트가 뭔가 이상하게 얽혀서 감당안되는 상황이 올까 무서워지기도 하고… 저도 맨날 하는 고민 ㅋㅋㅋ
      참, 결국 홈페이지 사진들에 다 워터마크 달아서 모든 것들을 다시 업로드ㅠㅠ 했습니다.. 그래도 하고 나니 뭔가 좀 마음이 낫더라고요.. 뭐 악의를 가지고 있는 쪽에서는 워터마크고 뭐고 맘대로 하긴 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예방은 한 느낌.. 감사해요 ^^

    3. 우와아아아아아아…
      정말 고생 많으셨어요.
      이게 보통 작업이 아닌데 이걸 다 하셨네요. 정말 고생하셨어요!

      인터넷은 뭐든 공개하는 순간, 더 이상 내가 아는 세상이 아닌 뭔가가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종종 무섭기도 하고 괜한 걱정을 하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아무려나 이렇게 홈페이지를 연 것만으로 대단한 걸요!
      팬으로서 기쁘고요. 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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