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망상은 자유, 크롤러, 이요나

01
범주논쟁에서 트라우마는 나를 배제하거나 혐오하는 발언을 하는 사람 때문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지 않으려는 그에게 나를 설득하려 하고, 그를 이해하고 이해시키려는 순간 발생한다.
(…라는 문장도 성립할 수 있을까? 정희진 선생님의 문장을 바꿔봤습니다.)
02
어차피 망한 인생, 마저 망해야지. 후후.
03
모 외국 저널에 실린 모든 글을 다 자료창고 메일에 저장하고 싶은데… 품이 너무 많이 들겠다 싶어 망설이고 있다. 흥미로운 특집호만 저장할 수도 있지만 검토하지 않은 권호에서 재밌는 자료가 있을 수도 있다. 아울러 지금은 접근할 수 있지만 나중엔 접근이 차단되어 필요한 자료를 필요할 때 못 볼 수도 있다. 이 두 가지 염려로 고민이다.
일전에 퀴어 전문 저널의 자료를 나중에 모두 저장해야겠다고 미뤘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더이상 구독을 안 해서 접근할 수 없었던 적이 있다. 그 이후 필요한 자료는 가급적 그때그때 바로 수집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번처럼 자료가 상당히 많을 땐(대략 50호에 가까운 분량이다) 고민을 한다. 그럼에도 다 긁어 모을 것인가, 그냥 관심 많이 가는 특집호만 모을 것인가.
03-1
자료 수집과 관련해서 오해하실 분들이 있는데 전 자료 덕후가 아닙니다. 그렇게 열심히 모으지도 않습니다. 무엇보다 자료를 모으는데도 위계가 있는데, 최상위에 수집가, 그 다음에 덕후, 가장 아래에 크롤러가 있습니다. 전 그저 크롤러일 뿐입니다. 자료의 필요성과 질을 결정해서 모으지 않습니다. 일단 모으고 필요성과 질은 나중에 결정하거나 결정하지 않습니다(모은 뒤 방치합니다). 그러니 오해는 말아주세요!(응?)
04
이요나 목사님께서 2001년에 쓰신 영성 돋는 글을 읽었습니다.
(원하는 분만 펼쳐 읽으세요)

[#M_말씀 읽기|말씀은 무슨..|

“물론 그들[동성애자]의 인권과 삶의 형태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들의 삶을 정당화하는 것은 마치 마약을 하는 사람들을 합법화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마약을 합법화할 때 그들은 우리 모두를 마약환자로 만들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가 동성애를 합법화할 때 그들은 제일 먼저 성적인 판단력을 온전히 깨닫지 못한 우리의 자녀들에게 접근하여 우리의 자녀들을 동성애자 내지 동성애 옹호자로 만들고 말 것이다.”
“확실히 말하여 그 당시 나는 동성애자는 아니었다. 나는 동성애와 이성애의 도덕성 의식을 깨닫지 못하고 오직 충동하는 사춘기 시절의 육체적 쾌락이 충족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 이성을 접할 수 없던 당시의 시대적 조건 속에서 동성애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의 유혹을 받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고 같은 학우 사이에도 이러한 일은 부끄러운 일이 아니었다. 그 때부터 나의 육체는 자제력을 잃고 걷잡을 수 없는 향락의 도시 소돔성으로 내달음질 치고 있었다. 나는 내 인생이 왜 이러한 환경 속에서 성장해야 했는지 알지 못한다. 혹시 세심하지 못한 부모들의 관찰과 교육의 불충분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60년대의 우리 부모들만큼 자식을 위하여 희생한 분들도 없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것을 오늘의 나의 사역을 위한 하나님의 경륜이라고 말하고 싶다.”

_M#]

이런 주옥 같은 문장과 표현이 가득합니다. 다들 목사님의 글을 읽고 영성 충만한 시간을 보내봐요.
+참고로 아카이빙 용으로 올렸습니다. 블로그에 올려두면 나중에 찾기 쉽거든요.
05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의 수익 사업으로..는 아니고(유료지만 실제 사용자는 거의 없을 테니까) 연구소가 어쨌거나 뭐라도 하고 있으며 누구라도 활용할 수 있음을 상시적으로 알리는 수단으로 자료 검색 서비스를 해볼까 고민하고 있다. 몇 가지 조건 하에 시작하면 사용하겠다는 분은 있을까? 물론 서비스 시행 목적은 연구소가 글쓰고 강의하는 일 말고도 뭔가를 한다는 걸 알림이니 사용자가 얼마나 있을지는 중요하지 않다. 흐흐 문제는 이런 서비스를 개시했을 때 내가 재밌을까? 의미나 가치 같은 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내가 재밌게 할 수 있을까를 며칠 고민해봐야지.

12 thoughts on “잡담: 망상은 자유, 크롤러, 이요나

  1. 그들의 인권과 삶은 무시되어서는 안된다고 하면서 정당화하고 합법화되면 안된다는게 무슨 논리입니까……. 읽다가 참 어의가 없어서…. 읽다 말았습니다~~마약과동성애의 비교라니…. 무지몽매한 이요나 목사님 이시네용^^

    1. 뭐랄까.. 인권의식이 있는 것처럼 주장은 하고 싶고 도저히 용납은 안 되는 딜레마를 저렇게 포장한 게 아닐까 싶어요.. 말 그대로 애쓰는 거랄까요. 흐. ;;

  2. 저도 자료를 좀 잘 모아놓고 싶은데 늘 때를 놓친 후 아쉬워만 해요. 수집가가 못 될 거라면 크롤러라도 되어야 할텐데…ㅠ/

    저 영성이 충만한 글을 인용하여 뭔가를 쓰실 계획인가요?(두근두근)/

    자료 검색 서비스라고 하니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인지 감이 안 오지만, 실현된다면 제가 많이 쓰고 싶네요!

    아, 밑에 달아주신 댓글 얘긴데요. 시간에 값하는 뭔가를 드릴 자신은 없지만 ㅠㅠ 언제라도 불러주신다면 …후흐흐 (?)

    1. 크롤러의 삶이 좋은 것만은 아니에요.. 모은 자료 또 모으고 또 모으고..;;;;;;;;;;;;;;;

      이요나 목사의 글로 뭔가를 쓸 계획은 없어요. 그저 나만 당할 순 없.. 아, 아닙니다. 흐흐.
      이요나 목사가 혐오발화 뿐만 아니라 과거 동성 성행위를 했다가 ‘치료’된 후 동성애를 혐오하는 인물로 유명한데, 정작 제가 직접 읽은 적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찾아 읽다가 메모한 거예요.
      혹시 대신 쓰실 의향은? *_*

      오홋! 고객 한 명 확보!..가 아니지;;;;;; 흐흐.
      말 그대로 특정 주제의 자료를 대신(엄밀하게는 대신이 아니지만) 찾아주는 서비스 정도를 고민하고 있어요. 조만간에 글 올릴까봐요. 후후.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가치이자 즐거움을 나누는 것이잖아요.. 아시면서! 🙂

    1. 으악.. 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
      이런 댓글 좋아요.. 흐흐.

  3. 접어놓는 데는 이유가 있었어…오 마이 아이즈
    무슨 영성을 혈관주사로 놓는 느낌 ㅋㅋㅋㅋ 이거시 뽕삘설교인가요? ㅋㅋㅋ

    참 루인 강의할 때 목소리 잘 들리게 녹음해주세요~
    안 그럼 나 울어야 함

    (이렇게 써놓으면 분명 작게 말할텐데 ㄱ-)

    1. 전 좀 다르게 느꼈는데, 영성을 가루로 잘 만들어서 코로 흡입한 느낌이었어요. 흐흐.
      처음엔 펼쳤는데 아무리 그래도 펼치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하여 접었지요.

      그나저나 울어야 한단 말이죠.. 오호.. 그렇단 말이죠.. 후후.
      (하지만 녹음기 성능이 꽤나 좋아서 작게 말해도 녹음이 잘 되더라고요.. 흐흐)

  4. 헉!
    전 최근에 제가 덕후는 덕후인데 저급 덕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 크롤러였군요! 빙고-

  5. ‘종교는 아편이다, 그런데 이 아편흡입은 계몽으로는 막을순없다’라고 한 누군가의 말이 생각나네요.

    1. 석가, 예수 같은 분은 정말 훌륭한데 팬클럽 운영진이 문제기도 하고요.. 흐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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