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융의 난입, 루스의 울음

01

지난 화요일 아침. 밥을 주러 나갔다. 문을 조금 여니 까만 무늬에 큰 덩치의 융이 보였다. 밥 그릇은 이미 빈 상태였다. 물을 주려고 했는데 내가 나가도 융이 자리를 비키지 않았다. 평소라면 옆으로 피해 있는데 어젠 그냥 그 자리에 머물렀다. 그러고선 열려 있는 문으로 들어가길 시도… 덜덜. 순간 당황해서 문을 닫아가며 융이 밖으로 나오길 유도했다. 뜨거운 물을 먼저 주고 찬 물을 가지러 가려고 문을 여니 그때도 다시 융은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이미 앞발은 집 안에 들어와 있었다. 다시 밖으로 나가길 유도한 다음 얼른 찬 물을 담아, 먹기 좋은 온도로 만들었다. 그러자 융은 목이 무척 말랐다는 듯 물을 마셨다. 아울러 밥그릇을 채우니 와구와구 밥을 먹기 시작했다.
02
한편.. 융이 집에 들어오려고 시도하는 그때, 턱시도 루스(한두 번 본 게 아니라 심심찮게 마주쳐서 이름을 붙여 줌)가 나타났다. 그러곤 날 보더니 야아옹, 야아옹, 울기 시작했다. 그 울음 소리 한 번 참 시원하다…가 아니라, 요란하다. 끄응.. 크게 소리내서 울면 안 되니 무척 당황했다. 내가 당황하거나 말거나 루스는 날 보며 계속 울었다. 그 울음, 유추하건데 “배고파~ 배고파!”인 듯. 융이 다 먹고 나면 그때 먹어도 괜찮을 텐데 루스는 자기에게 밥그릇을 따로 내놓으라는 듯 요란하게 울었다. 난 루스에게 융이 다 먹고 나면 먹으라고 말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신기할 정도로 딱, 울음을 그쳤다. … 이 녀석이. -_-;;
03
이날 오전, 외출하기 위해 나가는데.. 조심성 없게 문을 열었다가 무언가에 부딪혔다. 평소 외출할 때 고양이를 만난 적이 거의 없고, 내가 문을 열고 나오는 소리에 자리를 피하기에 잠시 당황했다. 나와서 보니 융이 밥을 먹고 있었다. 뭔가 간식거리를 줄까 고민도 했지만 관뒀다. 융은 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손을 뻗으면 쓰다듬을 수도 있는 거리에 있는데도 가만히 있었다. 아침, 난입 사건을 떠올리며 융이 집에 들어오고 싶어하는 것일까, 하는 고민을 했다. 그래서 밤에도 날 기다리고 있으면 좀 더 진지하게 고민하기로 했다. 다행이라면 다행이게도, 융은 그날 밤 집 앞에 없었다.

8 thoughts on “[고양이] 융의 난입, 루스의 울음

  1. 밥 달라고 우는 거죠 ㅋㅋ 친구 집에 갔는데, 우리가 집에 들어가기 무섭게 동네 길냥이들이 울기 시작하더라고요. 한 세 마리 정도;;; 친구가 지속적으로 주차장에 밥을 주고 있으니 집에 들어오길 기다렸다가 밥 내놔라 농성을;;;
    융이 루인과 같이 살고 싶은가 봐요. 스스로 집에 들어오다니, 깜놀이에요! 끼요호호-

    1. 헉… 매우 당황했겠어요. 밥 달라고 세 고양이가 일시에 울기 시작하다니요..
      하지만 귀여웠을 것 같기도… 크크크.

      융이 정말 집으로 들어오고 싶었는지… 제가 거절했더니 기분이 나빴는지 통 안 보이네요..;; 어느 고양이가 먹는 건진 몰라도 밥을 먹는 양도 얼마 안 되어서 걱정이랄까요.. 아침에 남아 있는 밥이 너무 많아요..;;;

  2. 길냥이가 제발로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다는 이야기는 처음 들어요.
    하긴, 이 추운 겨울에 저렇게 보살펴주니 얼마나 좋겠어요.
    고양이들한테 인기가 너무 많아도 걱정이네요 ㅎㅎㅎ

    1. 아기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하거나 집 앞에서 시위를 하는 경우는 들었지만, 이렇게 대뜸 들어오려고 해서 정말 놀랐달까요.. 흐흐. ;; 날씨가 많이 추우니 융도 피곤했던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나저나 고양이한테라도 인기가 있으니 다행인 건지(뇌물수수죄일 것 같기도 하지만요..흐흐), 고양이한테만 인기가 있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으하하. ;;

  3. 그새 떼쟁이 식구가 하나 더 생겼네요.

    융. 가출 기도하는 고냥이는 많다던데 입주 시도하는 고냥이는 처음 봐요. 셀프입양? ㅎㅎㅎ 10일은 많이 추운 날이었나 봐요. 따뜻한 데 들어가고 싶었을까요.

    1. 한참 춥다가 그날 날이 약간 풀렸는데, 그때 만났거든요. 그래서인지 집에 들어오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제게 모시는 주인이 없었다면 들였겠지만 바람이 있으니 그럴 수 없어 아쉽기도 했어요.
      융이 제일 처음 밥을 먹으러 왔기에 가장 정이 많이 가서인지, 이 겨울, 무사히 살아남았으면 좋겠고, 자주 만났으면 좋겠어요.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